날씨가 부쩍 추워지면 역시나 국물이 생각난다

이 동네는 도대체 몇 년째 공사 중이냐... 아무튼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산수갑이 나온다

아니 산수갑산

복층 구조의 좁은 실내. 아는 사람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이곳의 정겨운 인테리어
참고로 저 복층에서는 허리를 완전 구부정하게 걸어야한다

곳곳에서 묻어나는 세월의 흔적

"이모, 여기 순대 정식 두 개 주세요~"
"술은 뭘로 줄까?"
"죄송해요, 차 끌고와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본 찬 한 장

적당히 달달한 김치

알싸하게 쏘는 마늘종
이건 돼지고기랑 완전 딱이다

깍두기도 좀 썰고

달달한 양배추를 된장에 찍어 먹는다

순대 정식 (12,000원)
사진은 2인분 기준

산수갑산의 순대 정식은 이렇게 밥과 국물이 따로 나오고

순대를 포함한 각종 부속물은 요로케

돼지 뼈와 고기로 푹 우린 국물

우선 순정으로 한입

속에 든 양념장을 숟가락으로 살살 푼 다음에 한입
음, 좋아. 대리를 불러야 하나?...

하는 쓸데 없는 생각을 잠시 뒤로 미루고 본격적으로 먹어보자

쫀득한 찹쌀과 고소한 선지가 든 순대를 시작으로

오도독 씹히는 연골이 든 돼지 귀

여태껏 본 적 없는 두께의 돼지 간
맛도 두껍고, 무척이나 고소하다

머리고기
식감도, 맛도 다양하니 먹는 내내 재밌네

이쯤 국물에 밥을 말고

살짝 식은 순대를 국에 넣어 데워서 한입
돼지의 육향은 살리면서 비린 잡내는 잘 잡은 훌륭한 가게이다

쫄깃한 식감이 특징인 오소리감투

지방층이 많아 살살 녹는 돼지 볼때기도 한입 먹고

호불호가 살짝 갈리는 애기보는 소금에 살짝 찍어 (역시 나 스타일은 아니다)

숨골인가? 척수? 아무튼 이것도 담백하고 고소하니 맛있네

부지런히 주워 먹다 보면 그릇이 순식간에 비었다
오늘도 잘 먹었다
서울 어디에서 12,000원으로 돼지 한 마리를 먹을 수 있으려나

노포의 명성을 오랫동안 이어오는 산수갑산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 맛을 유지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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