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보니 확실히 이태원이구나

박소린두깜풍
‘이국적인 걸 먹고 싶다’해서 찾은 인도네시아 요리 전문점
띄어쓰기는 ‘박소’ ‘린두’ ‘깜풍’.
박소(Bakso)는 ‘쇠고기풀(으깬 고기에 당분, 소금 등을 첨가한 원료)로 만든 인도네시아식 완자’
린두(rindu)는 ‘갈망하다, 그리워하다’
깜풍(kampung)은 ‘시골 마을’
대략 의역하면 ‘그리운 고향의 고기 완자?’ 우리 식으로 하면 ‘할머니가 해주는 갈비찜’ 정도 되려나?
이름부터 마음에 든다

‘Selamat datang’
어서 오세요!

깔끔한 실내를 가득 채운 인도네시아 분들을 보며 본토에 가까운 맛일 거란 확신이 든다
성공적일 거라는 기대

요호호! 너무 본토에 가깝다 보니 메뉴판을 원어로만 적으셨네... 껄껄껄

구글 번역기 도움을 받아 다음과 같이 조합해서 주문 완료
Nasi Goreng + Iga Bakar
Rendang (Sapi) + Nasi Putih
Bakso Komplit
각각은 아래에서 하나씩 설명

음료로는 요구르트 맛 누그린티를 주문해 봤는데(Yogurt flavour Nu Green tea)

이건 말 그대로 요구르트 맛
신기해
달달하니 옛날 생각이 나는구먼

나시고렝 + 이가 바카
Nasi Goreng + Iga Bakar
인도네시아의 유명한 볶음밥.
달달한 간장풍 소스 케찹 마니스(Kecap Manis)를 바탕으로 한다. ‘나시’는 밥, ‘고렝’은 볶아 만들다. 고온다습한 기후에 금방 쉬어버리는 밥을 보존하기 위해 볶기 시작했다는 유래가 있다. 알새우칩 처럼 생긴 튀김은 ‘쿠루푹’. 나시고렝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메뉴. 사이드로 자바식 갈비 요리 ‘이가 바카’. ‘이가’는 갈비, ‘바카’는 석쇠에 굽다. 의역하면 BBQ 갈비!

른당 + 나시 푸티
Rendang (Sapi) + Nasi Putih
‘른당’은 인도네시아식 고기 조림.
고기가 거의 으깨지기 직전까지 코코넛 밀크, 각종 향신료와 함께 푹 고아서 조리한다. ‘사피’는 인니어로 암소. ‘아얌(ayam)’은 닭고기이니 취향껏! 하지만 른당은 소고기가 근본이라 들었다

나시 푸티는 맨밥
자포니카종 처럼 찰기가 많지 않은 전형적인 안남미. 얇게 썬 마늘 튀김이 올라와 있다. 복습하자면 ‘나시’는 밥을 뜻한다. ‘푸티’는 흰색. 직역하자면 흰쌀밥

Bakso Komplit
‘박소’는 인도네시아식 고기 완자.
‘콤플리트(Komplit)’는 ‘완전품(complete)’란다. 굳이 의역하자면 박소 정식? 특식? 무시무시한 비주얼...

옆에 소스 삼총사가 있는데, 저 라임 주스가 진짜 신의 한 수
인도네시아 분들이 저 라임주스를 계속 뿌리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했다

나시고렝을 들어봅시다
일단 비주얼은 매우 매우 매우 만족스럽고

이가 바카는... 진짜 큰 소갈비가 2대나

괜히 CNN에서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2위에 오른 것이 아니다
달달하면서 매콤하고, 짭조름하면서 고소하다

그리고 이가 바카!!!
장난 아니야!! 달달하면서 고소하고!! 짱이야!! 무조건 시켜 먹어!!!
른당이랑 나시 고렝 먹으러 와서 이거에 반하고 가네!! 인도네시아 갈비 요리 만세!!!!!!

어흠... 정신 좀 차리고 른당을 먹어보자
일단 숟가락으로도 부드럽게 으깨질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쫀쫀한 질감이 살아있는 고기

뭐랄까. 아주 연한 갈비찜인데, 간장의 짠맛 보다 달달하고 고소한 향이 강하다. 익숙하긴 익숙한데, 또 다른 맛. 동남아에서 사용하는 고추 특유의 매콤한 향이 훅- 하고 지나간다

밥이랑 같이 먹으니깐 또 환상적이네...
이 집 잘하는 건가? 아니면 원래 른당이 이렇게 맛있는 요리인 건가?

이제 문제적 요리를 살펴보자

박소 컴플리트

뭔가 으리으리한 비주얼인데
국물은 설렁탕에 배추를 넣어 시원한 느낌

완자는 묵-직

반으로 갈라보면 안에 매콤한 고추가 들어있네

잠깐만? 이건 또 치즈가...

여기는 고기 안에 고기?
큼직한 완자가 네 개인데

이건 계란...
이 사람들 진짜 고기 완자에 진심이구나

아무것도 안 들어있는 작은 완자도 실하고
처음에는 가게 메뉴판 보며 ‘이건 인도네시아 물가가 아닌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고기 양이 이 정도면 가성비가 몹시 훌륭하다

안에 있는 면과 당면으로 마무리
그런데 우리가 주문한 요리에 단백질 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미(酸味)가 부족하다. 왜 다른 분들이 라임즙을 뿌려 먹는지 단번에 이해. 진짜 신의 한 수이다

이태원에 아직도 경험해 보지 못한 맛들이 이렇게 많다니. 다음에는 아프리카 전통 요리도 도전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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