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을 따라 걷다보면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건국 후 서울시 1호로 음식점 허가를 받은 이문설렁탕
1904년 홍 씨가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개업한 '이문옥'을 옮겨 4대째 이어오고 있다
1904년은 대한제국 광무 8년
고종 41년이다
이순을 바라보는 어르신들도 스스로를 단골이라 칭하기 어렵다는 이곳
리모델링에 불구하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족히 50년은 붙어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메뉴판
(아니다)
똥물을 뿌리던 김두한이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벗고 달리던 손기정 선수도 단골이었다는 이곳
17시간 동안 푹 고아 낸 육수가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아재스러운 가게는 아재들과 와야 제맛
국민학교 때 봤던 소금통
그 당시 가게들에서 흔히 보이던 큰 수조
기분 좋은 노포의 정취를 그대로 품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
잘 익은 김치와 깍두기를 안주로
소주를 한잔하다 보면
수육 등장
수육 (37,000원)
긴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이 사랑한 바로 그 맛
소주를 보충하고 시식 시작
머리고기 한점
소의 육향은 그대로 살린
쫀득한 피부와 살코기가 잘 어울린다
살짝 비린내가 나는 마나. 소의 지라
허파 식감에 간 특유의 향이 난다
이건 호불호가 갈릴 맛인데, 개인적으로는 불호
혀밑. 익숙한 식감의 우설
질긴 식감이 도드라질 정도로 삶았다
배추랑 싸서 간장에 콕-
마무리는 양지
역시 수육은 양지가 최고시다
설렁탕 (10,000원)
기다리던 한 그릇
슴슴함을 제대로 보여주는데
어으... 진하다
설렁탕의 정석
백 년이라는 세월을 이어온 이유가 단번에 이해가는 맛
밥과 소면이 말아져 나오는데
파를 듬뿍 올리고 섞어주면
쌀에서 우러난 단맛이 기분 좋게 섞인다
적당히 푼 한 숟가락
두툼한 고기 한 점
소면 몇 가닥
깍두기 한 덩어리
한국인이 사랑하는 한 입
영롱하다
잘 먹었습니다
지난 백년을 이어왔듯
앞으로 올 백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집에서 입가심으로 한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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